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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 총장님 인터뷰
◇ 이재윤 앵커(이하 이재윤)>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 4부 이어갑니다. 4부에는 이슈 인터뷰 순서를 마련했는데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교육부의 계획이 발표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죠? 관련 내용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계획대로 시행이 된다면 76년 만에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하향되는 건데요. 반대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만 찬성하는 측도 있습니다. 오늘은 취학연령 하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는 분을 모셨습니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우 총장님 안녕하세요.
◆ 우동기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이하 우동기)> 네 안녕하세요.
◇ 이재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학제 개편 시행으로 교육과 돌봄의 차이 격차를 줄이고 어린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하겠다고 강조를 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5세로 낮추면 이런 효과를 기대한다는 건데, 총장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 우동기> 학제 개편은 우리 세대에서 반드시 논의되고 추진되어야 할 국가 아젠다(agenda)인데 충분한 준비 없이 불쑥 발표되어 사회적 논란만 일으킨 것 같고, 이로 인해 소중한 정책의 신뢰성이 떨어진 것 같아 매우 아쉽습니다.
◇ 이재윤> 국가 아젠다(agenda)가 돼야 한다는 것은, 그러니까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 우동기> 이러한 이슈는 우리 사회에서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는 문제뿐만 아니라 중ㆍ고등교육, 나아가 평생학습 시스템까지 종합적으로 검토되고, 치열하고 냉정하게 논의되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아 정말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재윤> 왜 그런데 이게 국가 아젠다(agenda)가 돼야 하는 겁니까?
◆ 우동기> 조금 전 말씀 중에도 나왔습니다만 지금의 학제는 76년간 유지되어왔으나,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아이들의 정서적, 지적, 신체적 역량이 달라졌습니다. 또 하나는 지식과 정보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셋째는 우리 사회가 인구절벽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연 ‘다음 세대가 제대로 된 공동체적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 정도로 인구절벽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서 준비하지 않으면 지금 어린이들이 미래에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측면에서 어떤 정부든지 이 부분은 반드시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얻어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재윤> 미래 우리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인구 절벽을 대비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 우동기> 인구 절벽도 대비하고 적절한 교육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대상도 달라져야 하는 것입니다.
◇ 이재윤> 그런데 그게 입학 연령을 낮추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건가요? 구체적으로.
◆ 우동기> 요즘 아이들의 정신적, 지적 역량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저도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대구광역시 교육감을 역임했는데,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6학년 담임을 교사들이 기피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중학교 2학년생들을 교사들이 지도하기 힘들다고 하였으나, 이제는 초등학교 6학년들이 교육 현장에서 그런 걱정들을 끼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는 첫 직업을 가지는 입직연령이 가장 높습니다. 이런 문제도 우리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교육이 직업을 얻기 위한 것인가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동체를 꾸려가려면 적절하게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시켜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이재윤> 그런데 지금 현재 교육 현장도 그렇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5세로 낮추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반대 의견이에요.
◆ 우동기> 아직 준비가 덜 된 정책이 발표되어서 그런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즉 유치원과 보육 기능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나, 누리 과정으로 교육과정은 통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 과정을 거친 후 저출산 대책으로 유아교육의 의무교육화가 추진되어야 합니다. 유아교육이 의무교육화되고, 초등 돌봄도 현재 부분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학부모들이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돌봄 체제를 확고히 갖춰야만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고 인구 절벽 문제에서도 벗어날 것입니다. 이것을 기초로 초등학교 입학 연령도 낮출 수 있고, 한편으로는 초등학교 6년제를 5년제로 줄일 수도 있고, 또 중고등학교와 대학, 평생교육 시스템까지 함께 종합적으로 발표되고 사회적 합의를 얻는 과정을 거쳤다면 이처럼 논란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 이재윤> 그러니까 말씀하시는 게 유아교육의 의무화를 비롯한, 이른바 유보통합 아니겠습니까? 유아교육과 돌봄을 통합하여 운영하는데 국가가 나서야 된다 하는 건데, 먼저 이것을 입학 연령을 낮추는 것 이전에 했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 우동기> 그렇습니다. 이 과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요. 유보통합에 대한 청사진이 먼저 밝혀졌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 이재윤> 학제 개편, 유보통합과 관련해서 청취자 여러분은 유보통합을 자주 얘기했는데 잘 와닿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우동기> 쉽게 말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입니다. 보건복지부의 보육 기능인 어린이집과 교육부의 유아교육 기능인 유치원이 박근혜 정부 시절 누리과정으로 교육과정을 통합하였습니다. 그러나 담당 부처의 기능이 통합되지 않았지요. 지금 저출산 대책에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가 책임지고 출산 이후의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하는 부분으로, 이제는 국가가 이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전제로 했을 때 이해관계를 가진 학부모들이 논의에 참여하실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유치원도 우리나라는 공립유치원보다 사립유치원에 크게 의존해 왔는데, 출생아 수가 가파르게 감소하다 보니 유치원 교육도 대단히 힘듭니다. 그러한 상태에서 유치원 교육 대상인 만 5세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다고 하면 유치원은 당연히 반대하겠지요. 그러나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통합된다면 유아교육 대상자가 증가하므로 이 부분을 유치원 교육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득할 수가 있고, 또 유치원의 부지 문제 등 퇴로를 열어준다면, 우리는 적정한 규모의 적절한 유아교육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 이재윤> 현재는 유치원 교육은 교육부, 또 그리고 돌봄 기능을 하는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그러니까 돌봄 정책은 사실은 사회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거죠?
◆ 우동기> 그렇습니다. 외국에서 잘 볼 수 없는 이분화된 제도입니다.
◇ 이재윤> 그러니까 이것부터 먼저 얘기를 했으면 조금 반응은 달라졌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는군요.
◆ 우동기> 그렇습니다. 초등학교는 지금도 돌봄 기능을 하고 있어요. 이 부분을 학부모들에게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게 신뢰를 심어줘야 하는 것이지요. 아이를 낳게 되면 우리 공동체가 아이를 키워주고 교육해준다는 믿음과 확신을 주지 못하니까 저출산 문제에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 이재윤> 윤석열 대통령이 취학연령 하향 공론화를 교육부에 지시를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교육부에서 교육감과 학교 현장, 또 그리고 학부모들을 상대로 해서 계속해서 토론회도 열고 있는데요. 공론화 기간 동안에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요.
◆ 우동기> 글쎄요, 그건 어떻게든지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미래 세대는 이해 충돌이 없지만, 지금 당장 교육 대상이 되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이해 충돌이 되거든요. 걱정도 되고요.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의견 수렴 과정이나 정책 집행 전까지 보완하여 해결할 수 있는 걱정거리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보완된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달이나 두 달 늦게 태어난 아이가 한두 달 더 빨리 태어난 아이와 같이 공부하게 된다는 걱정은 우리가 맞춤형 교육을 통해서도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가 있어요. 또 교사들도 충분히 있고, 학교를 신규로 짓거나 교실을 늘여야 하는 인프라 투자가 지금은 필요 없습니다. 반면 YS 정부 시절에는 학교를 신규 설립하고 교사도 신규로 확보했어야 했습니다.
◇ 이재윤> 인프라 투자가 추가로 들어가지 않는다.
◆ 우동기> 대구시를 예를 들어보면, 25%씩 앞당겨 4년에 걸쳐 만5세로 입학할 경우 1차 연도에 한 학급당 2.3명이 증가합니다. 현재의 학급 수가 유지된다면 말이지요. 그리고 점점 학급 수가 감소하고 학생 수도 감소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현재 학급당 인원보다 더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인프라 부분은 걱정이 없습니다. 이와같이 디테일한 정책들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 이재윤> 그런데 만약에 예를 들어서 지금 당장 취학연령을 한 살을 더 낮춘단 말이에요. 그러면 처음에 그 제도가 도입되면서 받을 수 있는 충격이 좀 있지 않습니까? 혼란도 있고.
◆ 우동기> 그런 걱정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와 보완 정책을 가지고 학부모들을 설득해야 하지요.
◇ 이재윤> 보완 대책이 뭐가 돼야 합니까?
◆ 우동기> 조금 전 말씀 드린 대로 유아교육 공교육화,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그리고 초등 돌봄 기능을 조금 더 디테일하고 완성도 있게 계획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학력 수준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것. 이런 것들을 정성들여 계획한다면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충분히 해결할 수가 있습니다.
◇ 이재윤> 그런데 그것은 세부적이고, 깊게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부분인 것 같은데요.
◆ 우동기> 그렇습니다. 이 부분이 전제되어야 만 5세 취학에 대한 이해관계가 충돌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교육이라는 제도는 현세대의 학부모들만의 이해관계 점유물은 아니거든요. 또 이 아이들이 살아갈 다음 세대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지요.
◇ 이재윤> 국가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만 당장 해당이 되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한 살 먼저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거든요.
◆ 우동기>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 우려를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사실 이런 보완책이 먼저 발표되고 먼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 이재윤> 그러니까 정책적인 방향은 맞지만 이걸 접근하는 방법이 잘못돼서 지금 현재 문제가 생긴 것이다.
◆ 우동기> 섣불리 발표하여 너무 소중한 정책이 폐기 수준까지 오니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이것은 감정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이재윤> 공론화 과정을 지금 정부에서는 추진하고 있는데요. 공론화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우동기> 이런 문제로 지난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통과되어 지난 7월 21일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 예정이었지 않습니까. 국가교육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관입니다. 대통령 추천, 국회 여당, 야당 추천, 교육단체, 학부모, 심지어 학생 대표까지 참여합니다. 여기에 입시제도와 학제 개편이 중요한 과제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을 논의하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법률로 제정한 것이지요. 합의제 행정기관인 국가교육위원회에서 현 정부에 대한 선호도와 관계없이,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위하여 이해관계자가 모두 모여 냉정하고 치열하게, 충분한 논쟁을 벌여 이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재윤> 예 알겠습니다. 행정적으로 지금 규정이 돼 있는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서 지금 취학연령 한 살 더 내리는 문제를 포함해서, 학제 개편 내용을 충분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
◆ 우동기> 그렇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과연 초등학교 6년 교육도 예전처럼 계속 6년간 교육해야 하는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제는 대학교 1학년에 입학하여 배운 지식도 4학년 졸업할 때가 되면 폐기해야 할 지식인데, 또 남학생은 군입대를 하기 때문에 여학생과 비교하면 졸업까지 2년에서 3년이 더 소요되지 않습니까? 예를 하나 들어보면 지금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학과 증설을 하게 되면 실제로 8년 뒤에야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습니다. 학생을 교육해서 현장에 투입할 때까지는 그만큼 회귀 기간이 긴 것입니다. 그때는 반도체가 필요할지 필요하지 않을지도 우리는 모르는 것이지요.
◇ 이재윤>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우동기> 네 감사합니다.
◇ 이재윤> 취학연령 하향과 관련해서 국가적인 과제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 우동기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과 함께 얘기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