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더 나은 미래
1995년 성 유스티노 신학교와 효성여대가 통합하면서 지역에 안착한 대구가톨릭대는 전국 12개 가톨릭계 대학 중 가장 규모가 큰 대학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성직자가 아닌 평교수 출신으로는 첫 총장의 자리에 오른 성한기 총장은 “역대 총장, 선배 교수, 직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이룩한 토대 위에서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니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2022년 학령 인구 급감이라는 파고 속에서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총장이 있으랴만 성한기 총장은 특히 “어렵고 힘든 시기마다 모든 구성원이 합심하여 위기를 기회로, 갈등을 화합의 계기로 바꾸어 더욱 발전해 온 것을 익히 보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가톨릭대 구성원과 함께라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으로 총장직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지난 15일 개교 109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영남권 대학 중 역사가 긴 걸로 안다.
▶109년 전인 1914년 대구 남산동에 성(聖)유스티노 신학교 설립이 대구가톨릭대의 시작이다. 당시 영남지역에서 최초로 설립한 고등교육기관이었다. 프랑스에서 선교사로 온 가톨릭 사제들은 일제의 식민정책으로 피폐해진 우리나라, 우리 지역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방법이 교육이라고 생각했고 성당과 더불어 학교를 세웠다. 절망과 체념만이 가득했던 때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가톨릭 진리를 가르치며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 효성여대와 합친 것도 벌써 30년 가까이 됐다.
▶1952년 한국전쟁 중에 효성여자대학이 개교했다. 한강 이남 최초의 여자대학이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만연했던 때 여성을 대상으로 대학 교육을 시작했다는 그 자체가 혁신적이었다. 이후 훌륭한 여성 인재들을 배출했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문사학으로 성장했다. 현대 여성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공정한 경쟁을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데 아마 효성여자대학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 역사가 긴 만큼 특유의 강점도 있을 텐데. 뭐라고 보나.
▶한마디로 ‘잘 가르치는 대학’이다. 2010년 교육부가 주관하는 ‘잘 가르치는 대학 ACE사업’에 대구경북에서는 최초로 선정됐다. 이 타이틀을 2017년까지 8년을 유지했다. 최장기간 사업을 진행한 대학이다. 우리 대학의 교육 시스템이 우수하다는 증거다.
- 교수와 학생의 유대관계, 스킨십이 강한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그렇다. 교수들이 학생들을 가장 많이 만나는 대학이라고 자부한다. 정규 수업뿐 아니라 비교과 활동이나 개별 상담 등을 통해 자주 만나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제가 취임한 후로 사제동행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고, 많은 교수들이 인생의 멘토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 강의라는 본연의 역할도 있지 않나
▶‘잘 가르치는 대학’은 패기 넘치는 구호가 아니다.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수들을 대상으로 교수법 특강을 수시로 제공하고 업적 평가에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교수 2천500명 정도가 교수법 특강을 수강했는데, 이는 한 교수가 1년에 평균 5번씩 수강한 셈이 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 5년 간 학생들의 강의평가 점수가 매년 향상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는 학생 교육에 진심이며, 더 노력하고 있다.
- 오랜 역사에는 두터운 선배층이 깔려있다. 특히 약학에서는 압도적이라 볼 수 있지 않나.
▶우리 대학이 전통적으로 강한 분야는 의료보건이다. 우리 대학은 의과대학, 간호대학, 약학대학뿐만 아니라 바이오메디대학 산하에 의료보건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많은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역 최초로 설립되어 오랜 역사를 간직한 약학대학은 각계에서 활동중인 동문들이 장학금과 발전기금 등을 앞다투어 쾌척하고 있어 학교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첨언하자면 전체적으로 취업률이 높다는 점도 강점이다. 대구경북에 재학생 1만 명이 넘는 대형 사립대 중 9년 연속으로 취업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0년에 전국 최고 수준의 취업전용 교육시설인 ‘취·창업관’을 건립했고 여기에서 다양한 취업지원 프로그램들이 연중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에 안주하지 않고 취업의 양과 질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총장 취임 직후 학생 취업지원을 전담할 ‘진로취업처’를 신설했다. 학생들의 진로교육, 진로탐색, 취업역량강화, 그리고 취업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 일선 고교에서는 대구가톨릭대의 인성교육을 특징으로 꼽는데.
▶그렇다. 인성교육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1990년 전국 대학 최초로 인성교육 전담기관인 ‘인성교육원’을 설치해 현재까지 체계적인 인성교육을 운영해왔고 이제 이론-체험-실천에 이르는, 전국 대학 최고 수준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갖추었다. 2020년에는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을 받기도 했다.
- 인성이 교육으로 가능한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대학에서 따분하게 인성을 말하나”,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모르는 말씀이다. 고도화한 사회에서도 실력보다 인성이 중요하다는 점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우리 학생들은 재학 중에 자신도 모르게 인성교육 내용을 내면화하게 된다. 이 작은 차이는 사회진출 후에는 큰 차이를 보이게 되고 결국 우리 학생들의 경쟁력이 된다고 확신한다. 실제 기업에 있는 인사 담당자들 사이에서 대구가톨릭대 졸업생들의 인성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 자랑할 만한 프로그램을 간단히 소개해준다면.
▶우리 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필수적으로 경주인성수련원에서 1박2일간 진행되는 인성캠프에 참여해야 한다. 인성교육원 소속 신부님들이 오랜 기간 연구개발한 수준 높은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친구들과 낯선 프로그램을 수행해야 해서 코로나 시국을 거친 요즘 학생들이 잘 참여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지난 주 경주인성수련원에 직접 가서 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참가한 학생들의 평가도 매우 좋고 다른 대학에서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 다시 대학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최근 들어 눈길을 끄는 건 반도체 분야 등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새로운 시도다.
▶먼저 반도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반도체 대학을 신설했고, 학교 인근 경산지식산업지구에 ‘반도체로봇융합캠퍼스’ 조성 공사도 한창 진행 중이다. 경상북도와 경산시의 지원을 받아 500억 원을 투자한 캠퍼스로서 오는 9월 완공 예정이다. 현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방침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 및 지역의 관련 기업과 활발히 협력하면서 수준 높은 교육 환경을 갖춰 우수한 반도체 전문 인재를 양성하겠다.
- 지역 대학 중 유일하게 ‘소프트웨어중심대학사업’에 선정된 걸로 안다.
▶맞다.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우리 대학은 지역 대학 중 유일하게 ‘소프트웨어중심대학사업’에 선정돼 6년간 151억 원을 지원 받고, 최고 수준의 교수진과 시설 인프라를 갖추었다. 컴퓨터공학, 게임공학, AI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를 매년 200여 명씩 배출하고 있다.
-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되지 않았을 때 교육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켜 주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 환경이 계속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교수들이 손쉽게 수준 높은 온라인 교육자료를 제작할 수 있도록 105개의 첨단강의실과, 8개의 녹화스튜디오를 구축했다. 오프라인 강의 녹화본을 학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복습효과와 학생 만족도를 크게 높여주고 있다.
캠퍼스의 중심인 중앙도서관도 미래형 학습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1층은 융합형 디지털 교육 공간, 2층은 창의교육 공간, 3층은 문화와 IT 기술이 어우러진 액티비티 교육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미래형 도서관으로 완성했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고 학습하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실현해보고, 새로운 기술을 체험하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공간이 되었다.
무엇보다 내년에 캠퍼스 바로 앞에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구간이 개통된다는 사실이 가장 큰 교육 환경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도시철도 통학시대가 시작되면 학생들의 통학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더불어 학생들의 만족도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지금 지방대학에 닥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구조개혁이다.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우리 대학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진행해왔고 올해도 그 방침을 이어갈 계획이다. 총장 취임 직후부터 이미 진행된 구조개혁의 결과를 분석해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학교의 주요 의사결정과정에서 소통에 최역점을 두고, 구성원들과 진지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생산적인 소통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또 한 가지 위기 극복 방안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우리 대학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각국의 유학생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이와 함께 유학생 증가에 대비하여 기숙사, 편의시설, 학사제도 등 각 분야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 정부의 ‘글로컬대학30’에 온 대학이 사활을 걸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도 경일대, 대구대와 연합하겠다는 안을 내놨는데.
▶최근 경일대, 대구대 총장님과 만나 3개 대학이 힘을 모으기로 뜻을 모았다.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협의 중이지만, 각 대학이 연합하여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3개 대학의 교육과정을 비롯하여 교원, 시설, 기자재 등 인적, 물적 인프라를 공유하는 등 대학 간 경계를 허물 것이다. 같은 지역 안에서 가깝게 위치 하고 있는 대학들이 자원을 공유한다면 교육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업 선정 여부를 떠나 공동구매, 통학버스 공동운영, 교양 및 전공강좌 공유 등은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이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상북도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3개 대학의 연간 졸업생은 9천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경북 지역의 기업과 기관에 취업하는데, 지자체 및 지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더 많은 학생들이 지역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각 대학의 장점은 키우되 정부가 요구하는 대학의 구조조정과 혁신도 달성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보겠다.
- 지역사회와 동행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교육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경상북도, 경산시의 지원을 받아 우리 대학 대강당을 ‘하양아트센터’로 리모델링하는 협약을 5월 30일 체결하게 된다. 2년쯤 뒤에는 멋진 공연장이 완공되어 대학 구성원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다양한 문화 혜택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학 슬로건 ‘함께 만드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교직원, 학생, 동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댈 것이고, 지역사회와도 활발히 소통하면서 대학이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것이다. 대구가톨릭대는 ‘사랑과 봉사’의 교훈을 실천하는 참인재를 양성하여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대학이 되도록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