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명물 .12]고동현 대구가톨릭대 4년

'3년여 367시간 봉사' 39세 만학도 재미나는 인생

시간만 나면 사랑 나누러 가요

  
어머니 투병 계기로 활동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오늘도 사랑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봉사가 공부하는 것보다 쉽기도 하고요."

지난 17일 대구가톨릭대 캠퍼스에서 '봉사왕'으로 통하는 이 대학 고동현씨(39·기계자동차학과 4년)를 만났다. 대학 입학 후 지금까지 대학 인성교양부가 인정하는 367시간의 공식 봉사활동 기록을 갖고 있다. 졸업 때까지 통상 40시간 정도의 봉사 활동을 하는 일반 학생에 비하면 10배 이상 봉사를 하는 셈이지만, 연중 생활처럼 해오는 그의 봉사 활동을 시간으로 따진다는 것은 별 의미도 없는 듯하다.

그가 본격적으로 남을 도우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2000년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으면서부터.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수술비 마련을 위해 당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성서공단내 섬유공장에서 수개월간 일을 했지만 수술비와 치료비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때 친구들과 주위로부터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았고, 어머니의 병도 많이 좋아졌다. 이 일이 있은 후 '세상에는 혼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남을 위해 산다는 것이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방학 한달여간 꽃동네서

그는 2002년 대학 입학 후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만학도인 그가 대구가톨릭대를 택한 것도 이 대학의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학 인성교양부에서 주관하는 봉사활동에는 빠짐없이 참가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는 노인요양원인 경기도 가평 꽃동네에서 한달 이상 머물면서 목욕 봉사, 화장실청소, 식기세척, 말벗되주기 등의 봉사 활동을 폈다.

'부카스 팔라드'라는 봉사활동 동아리 회장도 맡고 있다. 학기 중 주말에는 동아리 회원과 복지시설을 방문해 봉사 활동을 하고, 매주 1회 50분씩 인근 무학중·고에서 무료 영어 강습도 하고 있다. 웬만한 대학 또는 주변 행사장에서 짐을 나르거나 행사를 안내하는 그를 쉽게 만날 수 있을 정도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닥치는 대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봉사 방해될까 "결혼 포기"

이렇게 생활하면 공부는 언제 하나 싶을 법도 한데 성적도 꽤 괜찮은 편이다. 그는 대학 기숙사 '아마레홀'에 입주해 있다. 이곳은 글로벌 프로그램에 의해 선발된 우수 학생만 생활한다. 지난 겨울 방학 때 미시시피주립대에서 1개월간 어학연수를 하기도 한 그는 "봉사를 하고 온 날에는 공부도 잘된다. 그래도 공부보다는 봉사하는 것이 쉽다"고 한다.

1984년 LA올림픽때 우리나라 여자 농구 대표팀이 미국팀에 지는 것을 보고 억울해 고교 3년내내 농구만 했다는 엉뚱한 구석도 있는 고씨는 덕분에 비등록 선수를 지냈고, 고교 졸업후 한동안 경북대사대부중, 오성중, 대륜고 등의 아마추어 농구팀 코치를 맡기도 했다. 얼마전 개교기념식때 모범상을 수상하면서 부상으로 받은 전자수첩을 동아리 학우의 생일 선물로 줄만큼 자상함도 있다.

결혼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끄집어냈더니 단호하게 "포기했다"고 한다. 능력도 없지만, 결혼을 하면 봉사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아서라고 이유를 댔다. 가톨릭 신자인 고씨는 "봉사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가끔은 오히려 봉사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가능하다면 졸업후 사제의 길을 걸으며, 평생 사랑의 봉사를 펴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억기자 kknews@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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