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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스토리텔링 꺼리 무궁무진" 전영권 교수
배부일 : 보도언론 : 작성자 : 비서홍보팀 조회수 : 5415

[2009 . 3. 14자 매일신문 인물+]

 

 

공룡 뛰어나닌 대구... 스토리텔링 꺼리 무궁무진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 전영권 교수가 곰머리 모양의 바위를 만지며 신천변 판상절리의 희귀성과 선사시대 고인돌 활용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대구에 볼 게 없다? 대구는 자랑할 게 없다?


  대구는 어떤 땅일까. 앞산과 팔공산은 언제 산이 됐을까. 분지는 또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신천과 금호강의 옛 모습은 어떠했을까. 대구에도 공룡이 있었을까. 그렇다면 언제쯤?

 

  괜찮은 풍경은 어디 있을까. 돌은 어떤 종류가 많을까. 화강암? 퇴적암? 안산암? 선사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대구는 어떠했을까. 대구에도 문화와 역사라고 얘기할 수 있는 뭔가가 있을까?

 

  전영권(51)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학과 교수는 이 물음에 단호히 “그렇다”고 답한다. 전 교수는 누구 못지않게 대구에 뼈를 묻을 사람이다. 대구 땅을 가장 애정을 갖고 밟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그는 대구 지리와 지형, 역사 문화에 해박하다. 그래서 안타까움이 많다. 특히 ‘대구에 뭐 볼 게 있느냐’는 말을 들을 때면 서글프고 안타깝다. 개발과 경제논리로 수많은 ‘문화지형’이 허물어지고 깨지고 사라지는 것도 가슴 아프다. 역사 문화성, 희소성, 경관성 등을 가진 지형을 그는 ‘문화지형’으로 부른다.

 

  지금 대구는 눈앞의 이익이나 편의를 위해 당장 ‘돈’ 안 되는 것들이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도로를 만들고,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터널을 뚫고, 아파트를 짓는다고….

 

  전 교수는 대구 땅을 15년가량 의미를 두고 밟았다. 다른 이들이 설악산, 지리산을 밟을 때 그는 팔공산과 앞산, 비슬산을 수백 차례, 아니 천 수백차례 밟았다. 신천과 금호강 주변을 걸어서, 또 자전거를 타고 신발이 닳도록 훑었다.

 

  그는 비슬산 유가면 일대에서 대규모 암괴를 발견해 결국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도록 했다. 신천변 용두골의 용머리 바위, 하식동굴, 판상절리, 월배지역 선상지, 앞산 주상절리 등을 찾아내 보존과 관광자원화를 주장하고 있다.

 

  전 교수는 올 9월부터 1년 동안 안식년제에 들어간다. 남들은 여행이다, 해외 나들이다, 취미생활을 계획하겠지만, 전 교수는 다르다. 방학을 맞는 6월부터 다시 1년 3개월 동안 대구 땅을 의미 있게 밟을 생각이다. 신천과 금호강 주변을 샅샅이 뒤져 문화지형을 발굴하고 보존방식을 고민할 예정이다. 또 동구지역 일대 왕건 도주로를 문헌을 바탕으로 지리학적으로 꼼꼼하게 고증할 계획도 세웠다.

 

  대구의 수많은 문화지형을 제대로 보존하고 이야깃거리(스토리텔링)를 발굴해 ‘문화관광도시’ ‘생태환경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의 꿈은 대구의 꿈이고, 시민들의 뜻에 따라 꿈으로 머무를 수도,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구는 1억만년 전 거대한 호수였다

 

-대구 지형은 언제쯤 형성됐나요?

 

  "대구 분지가 가장 먼저 생기고, 다음으로 앞산, 팔공산 순입니다. 대구는 약 1억만년 전 거대한 호수였는데, 여기에 퇴적물이 쌓여 굳어진 퇴적암이 분지로 형성됐습니다. 앞산은 약 7천만년 전 화산폭발로 생긴 지형이며, 팔공산의 경우 약 6천500만년 전 마그마가 지층의 약한 부분을 뚫고 들어가 서서히 식으면서 화강암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대구에는 퇴적암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안산암(앞산), 화강암(팔공산) 등 순서로 많이 분포하고 있지요."

 

◆신천과 앞산에 볼거리가 많다

 

-대구에 볼만한 지형이 뭐가 있을까요?

 

  "지맥인 앞산을 포함한 비슬산, 팔공산, 신천, 금호강 주변에 수많은 문화지형이 있습니다. 팔공산만 하더라도 왕건 도주로를 포함해 역사 문화적 가치를 지닌 곳이 많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신천대로 상동교와 앞산순환도로가 만나는 지점 인근 용두골에서 장암사 사이에 풍광이 좋은 문화지형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습니다. ‘용머리(용두)바위’가 있습니다. 문헌에는 용머리 바위가 2개 있었는데, 하나는 흔적을 찾기 힘들고 고산골 입구에 1개 있습니다. 신천의 옛 별칭인 ‘용두방천’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신천 주변에 다른 풍광도 남아 있나요?

 

  "하천에 깎여서 생겨난 동굴과 절벽, 그늘 등을 뜻하는 ‘하식동굴’, ‘하식애’, ‘바위그늘(岩陰)’, 판자모양의 ‘판상절리’, 탑 모양의 ‘토르’ 등이 뚜렷이 남아있습니다. 특히 신천변의 판상절리는 떼어낸 흔적과 규모, 모양 등으로 봐 선사시대 고인돌(지석묘)의 돌 공급원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판상절리는 화강암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신천변 판상절리는 안산암이어서 희귀성도 높습니다. 하식동굴의 경우 선사시대 주거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발굴한다면 그 당시 유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또 앞산에도 기둥모양의 주상절리를 비롯해 많은 문화지형이 산재해 있습니다. 학생들의 산 교육장입니다."

 

◆금호강은 예부터 절경이었다

 

-금호강 주변은 어떻습니까?

 

  "동구지역 하식애를 배경으로 한 ‘아양루’와 달성 강창지역 ‘상화대’, 사문진교의 ‘사문진나루터’가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입니다. 아양루와 상화대를 옛 모습 그대로 살리고, 다리를 놓으면서 사라진 사문진나루터도 복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구에서 새로 발굴한 지형이 있습니까?

 

  "북구 연경동 ‘화암’이 있습니다. 화암은 대구읍지에 ‘연경서원에서 내려다보이는 그림과 같이 좋은 바위’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화암에서 북쪽으로 약 70m 거리에 연경서원의 흔적도 있습니다. 연경서원은 조선시대 대구지역 최초의 서원이자, 국내 최초인 백운동서원 다음으로 지은 서원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습니다. 현재 주변에 기와조각 등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를 발굴하는 것은 대구 정체성을 복원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큰 작업입니다.

북구 동변동 금호강변의 ‘화담’도 좋은 풍광입니다. 고문헌에는 금호강 절벽에 핀 진달래꽃이 강변에 비친 모습을 꽃처럼 아름다운 연못이라고 해 화담으로 이름지었다고 합니다."

◆공룡도 뛰어다녔다

 

-대구에도 공룡이 살았나요?

 

  "신천 동신교 상류에 30~40개, 수성구 욱수골 욱수천에 7~8개, 앞산 고산골에서 6~7개 정도의 공룡발자국이 발견됐습니다. 약 1억만년 전 대구에 공룡이 돌아다녔다는 흔적입니다. 지금이라도 문화재로 지정해 제대로 보존하고,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보존과 개발은 양립할 수 있다

 

-보존이 시급한 문화지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신천변의 하식동굴과 북구 연경동 화암 등은 무속인들의 굿, 암벽등반 등으로 훼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용두골 주변 용두바위, 하식애, 판상절리 등도 대구 4차순환도로(앞산터널) 진입로 공사가 진행될 경우 훼손 우려가 높습니다. 금호강변 하식애는 인공폭포 등으로 이미 손상됐습니다.

  현재 동구청이 아양루에 폭포를 만든다고 하는데, 금호강 하식애를 훼손하지 않고 그 지형을 그대로 활용한다면 옛 정취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겁니다. 또 고려시대 왕건 도주로가 동구지역에 분포하고 있는데, 이를 문헌적으로 지리학적으로 제대로 고증해 이야깃거리로 만든다면 문화관광지로 각광받을 것입니다."

 

-문화지형이 있는 지역을 보존이란 이름 아래 무조건 개발을 막아야 되겠습니까?

 

  "문화지형을 파헤치고 부수는 방식이 아니라 관광자원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헌과 지리학적 고증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굴한 뒤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등을 제공해야 겠지요. 도로를 내고,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음식점을 들어서게 해 관광객을 모으는 방식보다 옛 지형을 제대로 복원하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보여준다면 경제적으로도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발굴할 지형과 재미난 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조선시대 서거정의 대구 10경 가운데 금호강 주변에만 3경이 있습니다. 금호강에 배를 띄운 모습을 그린 ‘금호범주’, 북구 침산동 침산에서 바라본 노을을 뜻하는 ‘침산낙조’, 팔달교 주변 주막과 버드나무가 있는 곳에서 과거시험을 보러가는 낭군이나 가족을 보내는 풍경을 그린 ‘노원송객’ 등입니다. 이를 잘 활용해 옛 풍광을 재현할 수 있겠지요. 금호강에 배를 띄우고, 버드나무를 심고, 주막을 짓고, 이야기를 복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생태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나자

 

-문화관광자원화를 위한 복안을 갖고 있는가요?

 

  "마침 대구시가 신천-금호강 종합개발계획을 세운다고 합니다. 금호강과 신천을 둘러싼 지형과 재미난 이야기를 연결해 제대로 된 개발계획을 세워야 하겠지요.

  대구 문화지형 가운데 현재 비슬산 암괴류가 천연기념물로, 건들바위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을 뿐입니다. 경관성, 문화성, 희소성, 장소성 등을 감안해 문화지형으로서 가치가 높은 것을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관광도시, 생태환경도시의 면모를 갖춘다면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오는 손님들에게도 볼거리, 자랑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 전영권은?

=1957년 대구 출생. 경북대 지리학과 졸업, 문학박사. 미국 클라크대학교 대학원 지리학과 박사후연구원(Post-Doc). 대구경실련 환경센터 소장, 전국 고등학교 지리올림피아드 출제위원, 한국지역지리학회 총무·편집부장, 한국지리교육학회 국제부장, 대한지리학회 부회장 역임. 현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한국지역지리학회 편집위원장. '지구환경문제와 보전대책' '지리학의 이해-주제적 접근' '인간과 자연환경' '택리지의 현대 지형학적 해석과 실용화 방안' '전영권의 대구지리' 등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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