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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토너 신부, 대가대 김정우 학장, 김명현 처장
"30km 지나 인간한계 느끼면 저절로 하느님 찾게 됩니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을 흔히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라고 한다. 하지만 100리가 넘는 이 거리를 "너무 짧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성직자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신부님'들이다.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장인 김정우(52·사진 왼쪽) 신부에게 마라톤은 특별한 의미다. 1987년부터 7년 동안의 외국
유학시절 동안 김 신부의 건강은 극도로 악화됐다. 1994년 귀국한 뒤에도 위 기능 저하로 1년 동안 음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고
했다.
"안 가본 병원이 없어요. 몸은 아픈데 원인을 알 수 없었지요. 그러던 차에 조깅을 해보라는 의사의 권유로 시작한 달리기가 지금은 하루 일과가 됐습니다." 마라톤은 고질적인 병을 낫게 했고 건강까지 선물했다. 그래서 그는 이후 20여년을 매일 20km씩 달리고 있다.
그동안 전국을 돌며 각종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완주만 20여차례나 했다. 기록도 3시간25분대로, 일반 마라토너치고는 굉장한 기록이다. 지난해부터는 100km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해 벌써 세차례나 완주했다.
같은 대학 김명현(49) 사무처장도 '달리는 신부'다. 달리기 역사는 9년쯤 됐지만 지난해 10km와 하프 마라톤에 세번 도전한 것이 '달리기 이력서'의 전부인 그가 지난달 울트라마라톤에 무작정 신청서를 내 43km를 완주했다. 그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라톤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했다.
"발바닥은 마찰열로 붉게 달아오르고 실핏줄이 터져 한발 뗄 때마다 비명이 절로 나온다"고 하는 이들 신부에게 "그렇게 힘들게 왜 달리느냐?"고 물었다. "마라톤도 신앙생활과 비슷합니다. 마라톤을 흔히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라고 하지요. 30km쯤 달리면 육체적 고통이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예요. 그때부터는 기도하며 달리지요. 때문에 마라톤도 신앙생활과 마찬가지로 이성과 감성만 가지고는 할 수 없어요. 영성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김정우 신부)
"뛰면 뛸수록 점점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순종하는 마음도 생기고, 나를 괴롭혔던 것이 사소하게 여겨지고 스스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남을 용서하는 마음도 생기지요. 구도자의 길과 마라톤은 닮은 점이 많습니다."(김명현 신부)
마라톤 풀코스를 뛰면서 '하느님을 가장 많이 찾을 때'가 언제일까? 33km 지점에 도달했을 즈음이라고 했다. "보통 30km를 넘어서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게 됩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지점이지요. 이때부터는 진짜 하느님께 몸을 맡기게 됩니다." 그래서 마라토너들에게 제일 반가운 것이 35km 표지판이다. 이제 다왔다는 생각에 없던 힘이 저절로 생긴다고 했다.
반대로 마라토너들은 비 오는 날을 제일 싫어한다. "30분가량 뛰면 희열감인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느끼게 되지요. 게다가 완주했을 때 찾아오는 성취감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어요. 이러한 기쁨들 때문에 대부분의 마라토너는 하루라도 뛰지 않으면 불쾌감이 이만저만한 게 아닙니다. 그래서 추위나 더위는 상관없지만 비가 오면 제대로 뛸 수 없으니 싫어 할 수밖에요."
이들은 오는 27일 열리는 제6회 매일신문 영주소백산 마라톤대회에도 출전한다. "지역에도 마라톤대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요즘 달리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 지역에는 별다른게 없거든요." 이들은 특히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는 대구에 좋은 마라톤 코스가 빨리 개발됐으며 좋겠다"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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