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더 나은 미래
[2007. 10. 15자 대구일보 종교인 칼럼]
공교육과 인재상
시대에 따라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엘리트의 모습은 바뀌어 왔다. 인지가 발달하지 않아 인간의 모든 화복(禍福)이 신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믿던 고대엔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무당과 샤먼이 그 사회의 엘리트였다. 이러한 사실은 신라의 2대왕인 남해왕은 무당을 뜻하는 차차웅이라는 칭호를 사용한데에서 잘 알 수 있다. 부족국가들이 형성되어 각자의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이 벌어질 때엔 강건한 체력을 바탕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무장들이 엘리트였다. 광개토대왕, 장수왕, 을지문덕장군, 진흥왕, 태조 왕건 등이 바로 그러한 인물들이 아닐까?
반면 유교를 건국이념으로 삼은 조선시대엔 충신, 효자와 열녀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 시대에 사람들은 개인보다 가문이나 국가를 더욱 중요시했고, 개인은 가문의 영광과 국가를 대표하는 왕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을 실천한 분들이 바로 사육신, 생육신, 이순신 장군, 이준열사 등이다.
해방 후 자본주의 사상과 민주주의 사상이 이 땅에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인재상이 대두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사대부의
억압에, 일제시대에는 일본인의 압제에 시달린 서민들은 민주주의 사회가 되자 한풀이를 하듯 자녀들이 사회적 권력자가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아이들은 모두 대통령이나 권력자를 꿈꾸었고, 70년대 이후 산업화와 더불어 자본주의의 발전은 부를 축척한 사람,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사람들이
시민들의 우상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교육을 통해서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인재의 모습, 즉 인재상이 다르기에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요구되는 인재와 다원주의가 인정되는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가 지녀야 할 소양과 능력은 확실히 다르다. 특히 보호무역이 지배하던 산업사회와 세계화로 치닫는 지식정보사회가 요구하는 시민들의 능력은 분명히 다르다. 사실 교육, 특히 공교육은 학생들에게 시대가 요구하는 시민들의 능력을 올바로 제공하고 나아가 지도자를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에 국민들로부터 불신당하고 있다. 특히 중등교육이
대학입시를 위한 준비교육으로 전락하였고, 고교평균화는 교육의 수월성을 파괴했으며,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수업보다는 학원수업과 과외수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심지어 고교학생들 중 어떤 학생은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학교는 그저 대학입학을 위해 필요한 졸업장을 받는 곳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은 공교육이 국민으로부터 얼마나 불신을 받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공교육이 이렇게 불신을 받는 첫 번째 이유는
교육의 기반이 되는 인재상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서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먼저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 정립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우리
사회는 세계화 시대, 지식기반사회에서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오늘날 사회가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 개성을 지닌 사람,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인재상을
정립하지 못했기에 그저 이런 저런 기능을 갖춘 사람을 인재로 생각하고 그러한 기능을 갖추게 하는데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초등학생들을 컴퓨터, 외국어 특히 영어를 비롯해 각종 특기 교육으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교육은 학생들에게 지식정보사회에서 요구되는 기능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기능을 가르친다고
지식정보사회가 요구하는 건전한 시민, 뛰어난 지도자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기에 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먼저 우리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인재상을 정립해야 한다. 그 인재상에 필요한 지식과 갖추어야 할 인성을 결정하고,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결정하고 이를
성실히 수행할 때 공교육은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인재상을 정립은 공교육 정상화의 첫걸음이다. 이 걸음이 우리사회에서 하루빨리
시작되기를….
김명현 신부
[보도기사 바로보기]
☞ 대구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