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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신문사 혹은 권용수씨께.
작성일 : 2009/06/08 작성자 : 전인배 조회수 : 1961

 

 

  안녕하세요. 권용수씨. 일단 답변에는 고맙지만, 썩 마음에 안 들어서 불편한 말을 좀 해야겠습니다. 신문사에서는 학생들과 혹은 제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답변한다고 긴 글을 썼지만, 익히 알고 있거나 몰라도 상관없는 자기 변명투의 이런 말을 기대한 적은 없습니다. 먼저 글에서 언급된 저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 말하자면, 저는 샛별 문화상 낙선에 대한 불만을 거론 한 게 아니라 학교 자체를 삼류로 만드는 평가 방식의 불합리한 부분을 말했습니다. 공정한 심사가 담보 되지도 않는 그런 상은 준다고 해도 정중히 거절하고 싶군요. 혹시 비판의 당사자가 되신 주간 교수님이 그렇게 시키신 건 아니죠? 권용수씨는 학교 일련의 심사 과정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 되었다는 가정 하에, 일개 낙선자의 반발로 보시는데, 이번 슬로건 공모나 문화상 심사에서 본다면 분명한 난센스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제가 없는 사실을 말한 것도 아니고 말이죠. 41일이나 심사 기간을 초과하면서 문법도 틀린, 기대 이하의 당선작을 뽑은 심사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반발의 원인 제공은 신문사를 포함한 학교에서 먼저 한 셈인데요. 샛별 문화상 수상작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요.

 

  권용수씨 말만 들으면 그럴듯해 보이는, 신문사의 정치적인 색깔에 관한 부분인데요, 학교 신문사에 이 당이 좋고, 저 당은 싫으네, 정치적인 견해를 표출하라고 요구한 적 없습니다. 다만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 사건을 정치적인 색깔로밖에 볼 수 없는 신문사의 안목에 대해 사소한 기대감조차 다시 구겨 버릴 수밖에 없네요. 제가 말한 ‘역사 왜곡’이란 많은 학생들이 진심으로 애도한 추모시기를 신문사의 어떤 목적으로 인해, 세상에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린 독단적 검열에 대해서죠. 신문 발행을 대가대 역사의 한 장을 담보한다는 책임감도 없이 한 번 쓰고 버릴 냄비 깔개처럼 찍어냈다면, 그 빈약한 사명감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됩니다.
  또 구지 꺼낸 탄핵 문제도 이념을 떠나 국가의 중대한 사건이라면 당연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다뤄야 하고요. 어떤 조언을 드리면 보통의 학교는 학생들의 찬반 입장을 다룬 인터뷰를 싣고는 하거든요. 신문사는 재학생들을 시사에 대한 보통의 분별력도 없는 열등반으로 보고 미리 기사를 선별하는지 모르지만 총장님 일거수 일투족은 전면에 실릴 톱기사이고, 학교 밖에서 전쟁이 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정치적인 이유로 배제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이 궁색한 답변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 겁니까. 얼마 전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셨을 때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해가며 학교에서 먼저 거들던, 추모의 밤을 기억합니다. 그래도 서민을 대변한다던 노무현 전(前)대통령이 서거하시고 자체 신문사에 기사 한 줄 안 실리는 단적인, 이 비참한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신문사와 학교는 좋습니까?

 

  전국에 종교 단체가 세운 학교는 꽤 많고요,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챙기고 드는 학교는 드뭅니다.(가톨릭 재단 특성상 그런지 모르지만, 불교, 기독교 재단의 예로) 학교 부속기관이어서 학교 홍보밖에 할 수 없다는 답변은 마치 다른 학교 언론사는 자체 수익이라도 있어서 기타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권용수씨가 말했 듯 신문사에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여론이 불평과 불만에 가득한 것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신문을 만든다는 사람들이 비판의 목소리가 부담스러워 피한다면 자기모순이고, 기사 쓰기에 앞서 기본부터 다시 배워야겠네요. 학교의 부속 기관이라 학교의 눈치를 보며 학생을 배제하겠다면, 당장 학교의 운영 자금을 대고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은 그런 언론사를 원치 않습니다. 내 등록금이 아까우니까 신문 발행하지 마십시오.
  이런 쓸데없는 우려와 자기변명으로 시간을 잡아먹는 아집이 학교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라고 생각합니다. 수년이 지나도 하나 바뀌지 않으며 그럴 생각도 없는 단단한 신문사의 열정과 고집이 참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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