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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교육을 받을 권리.
작성일 : 2009/04/25 작성자 : 전인배 조회수 : 2008

 

최선의 교육을 받을 권리.

 

 


  시험이 끝났다. 인터넷 검색창에 다음을 치고, 강도하의 세브리깡이나 공지영의 도가니를 읽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한 시간을 내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전개할 글에는 어떤 조직체에 대해 일부 비판이 있는데, 역시 죄송하게 생각한다. 죄송합니다.

 

 

  스쿨버스와 학교 밥 문제는 언제나 교내의 뜨거운 이슈가 된다.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 되고, 개선을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지만 말처럼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학교를 운영하는데 이의를 제기하고 개선점을 찾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가치 있는 활동이지만 너무 붙잡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까 일부 문제 들이 우리 대학 생활의 전부처럼 비춰질 소지가 있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논란이 되는 여러 불만 사항들이 우리들 귀한 열정과 체력을 쏟아 부을 만큼 '대단한 일'일까 하는 의구심에 대해서이다.
 

   그러면 거창하게 말하고자 하는 ‘대단한 일’이란 뭘까. 좁은 식견으로 말하건대 대학 생활의 본질은 학생들이 '최선의 교육을 받을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분노하고 투쟁해야 할 대상은 버스 운전기사님도, 총학생회도, 학교 본관도, 학생 식당 영양사님도 아니라 최선이 아닌 차선에서 매듭지어지는 교육환경과 안일한 의식 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 교육이 부실하다는 표현은 제자로서 교육자에 대한 죄송하고 버릇없는 발언이다. 고쳐 말하자면, 교육 서비스의 현상 유지가 아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최선의 노력이라 말 하겠다.

   일부 대학은 이런 부분의 개선을 위해서 수업 강의 자료 공개, 학생들의 강의 평가 자료 공개 등 교육 환경 향상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어떤 학생들은 생각 한다.

 

   사실 빡빡한 학기 가운데 공강이라도 끼면 삶의 보람이 다 생긴다. 그런데 이 증발해 버린 수업 한 시간을 거창하게 말하자면 교과 과정의 태동부터 지식 축척의 역사와, 교수님의 학위 과정, 강의 노하우의 축적까지 포함해서 철 없이 마냥 좋아 할 수만 없는 사라진 한 시간이다. 너무 뻔하고 원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우리는 이 한 시간 강의 내용을 대학 졸업 하고 나서 아마 수십 년 동안 우려 먹을 텐데, 그래서 이 순간 순간이 중요하다. 

 

(반면, 대학 교육이 제대로 운용되지 못한 얼마간 시기에도 대학은 자체적인 의의를 가졌다)
 
   개강하고 좀 적응한다 싶더니만 벌써 중간고사가 지났다. 겨우 세 달 남짓한 대학 학기, 17주차 가운데 반이 지나 버렸다. 보통 남학생들의 군 복무 기간과, 개인적 사유를 포함한 휴학시기까지 평균 6년 정도의 대학 생활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매년 등록금과 생활비를 포함한 비용을 천만 원 가까이 소비하고 있다. 학업 수행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까지 감안하자면 한 평생 만져볼까 한 거액을 말 그대로, 쏟아 붓는 것이다.

 

  사실 등록금 마련은 보통의 일반 가정에서 가장 큰 고민 거리 중 한 가지인데, 혹시 대학생 자녀가 두 명이라도 된다면 흔한 말로 뼈골이 휘어진다. 이 아찔한 비용을 조달하는 가정이 우리 대구 가톨릭 대학교에만 1만(휴학생 포함)여 가구, 전국에 수십만 가구가 있다.

  당장 내년 등록금도 20만원에서 30만 원 정도 오를 것이다. 말이 쉽지. 시간당 4000원 아르바이트를 50시간해야 만져 볼 수 있는 돈이다. 사실 50시간 공부하기도 쉽지 않다.

  

   복거일 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등록금 투쟁이란 재학생들이 누리는 실질 혜택과 대학의 가치 상승을 위한 투자비용(앞으로 입학하게 될 학생들) 사이의 갈등이라고 정의 한다.

  우리나라 사립대학 운영비용은 거의 전부를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니까 학교의 명목상, 실질상 주인은 재단 이사장님도, 총장님도, 교수님들도 아닌, 학생들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학생들은 대학교라는 거대 기구에 얹혀서, 몇 년 머물고 마는 객이 아니라 실질 비용을 지불하는 투자자이며 학교 가치에 대해 어느 정도 주식을 가지는 주주이기도 하다.
 

  가끔 하굣길 스쿨버스에서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지금 버스에 탄 학생들의 등록금만 모아도 새 버스 한 대는 살 수 있고, 학교 열람실의 구진 의자들, 입학금에서 10만원만 떼면 듀오백 사서 4년 쓰고, 졸업할 때 가져갈 수 있는데. 한 학과 등록금이 못해도 수억 단위인데. 집 앞에 내려 주는 하교버스, 뷔페식 학교 식당, CEO 급 사무 의자 등 현실성 없는 편의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학교는 이 급박한 현실 상황에 학생들 교육의 질과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우리 학생들은 어떤 혜택을 누리며, 자신을 계발, 성장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궁금한 물음표를 찍는다.

 

  얼마 전 도서관에 비난에 가까운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사실 도서관에 가끔 들르는 학생들이야 신경 과민적 반응처럼 들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과 연계되어 생활하는 어떤 학생들에게는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이다. 요즘은 불편하고 누가 감시하는 것 같아서 잘 안 가는데, 진행되어 가는 구도가 갈수록 흥미 진지해진다.
   요즘 어느 대학 도서관이나 설치된 입 출입 시스템과 좌석 배정 시스템은 도서관 본래의 기능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고 익히 알고 들 있다. 이 기기들은 서울 시내의 대학에서 재학생의 사용 권리와, 일반 시민들이 사용할 공공성의 목적이 충돌하면서 비교적 최근에 (2000년대 초반 / 이전의 장치들은 확인할 바가 막연하다) 고안된 기기들이다. 사실, 시험 기간을 제외한 일반 학기 중, 과연 몇 이나 대학 도서관을 이용하고, 인근 주민들과 대구대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사용 하는지 까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공지사항과 학보사에서 학생들의 부도덕함을 강조하는 등 이 사소한 자리 싸움은 주객이 전도된 난센스처럼 보인다. 도서관이 자료를 찾고 부수적으로 공부 할 장소를 제공하는 곳인지, 규정을 위하여 자체 규정을 제정해서 도덕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인지, 그렇지 않을 텐데 할 일이 별로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학교는 학생들의 잠재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부족하게만 보이는 학생들이 당신들이 그리 하셨듯, 나라를 구성하고 발전시킬 가능성이라고 봐 주셨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오늘을 이뤘다고 배웠다.

 

 

  논지에서 떨어진 이야기이지만,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남들 하는 대로 끌려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젊음과 청춘을 시간당 몇 천원에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최대한 늦게 가면 좋겠다. 시험은 삶의 무수한 연속 가운데 아주 사소한 부분 중 하나라고 시험 때문에 힘들어 하는 후배에게 말해 주었다. 
 

  학과목의 특성상 중국 교환 학생들과 수업을 들을 기회가 많은데, 열심히 하는 그들의 호기심이 좋고, 가끔씩 느낄 수 있는 쓸쓸한 외로움이 좋고, 자신과 부단한 싸움이 좋다. 우리들에게서 얻을 수 없는 부분 이다. 그들이 장차 잘 되어 한국의 친절과 소소한 관심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입학 했을 때부터 골몰히 생각한 부분인데, 학교에서 일하시는 일용직 어머니들의 근무 환경과 강도, 제도적인 부분의 보완도 중요하지만, 보다 학생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마구 어질러진 학교 환경을 마술처럼 정리하시는 누군가의 어머니를 생각한다. 내 친구의 어머니일지도 모르고, 가계 형편이 좋지 않았더라면 우리 어머니도 마다하지 않으셨을 일이다. 내가 버린 쓰레기를 누군가의 어머니가 치우신다. 학생들의 의식 전환이 절실하다.

 

댓글 작성
댓글 총 4개
이지민 잘 읽었어요 :) 강의 끝나고 쓰레기 그냥 남겨두지 말고, 학생들이 스스로 갖다 버렸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 2009/04/29
이기창 잘읽었습니다. 2009/04/27
이종해 간만에 좋은글이군요. 2009/04/27
이호진 공감가는 부분이 있군요. 200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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