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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도서관은.
작성일 : 2009/03/26 작성자 : 전인배 조회수 : 4083

 

학교 도서관은.

 

 


  누구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도 참 시큰하게 아픈 일이고, 좀 의젓한 척 하면서 잘 안 싸우려 했는데, 종일 신경 쓰이는 내용에 대해서 좀 까칠하게 굴겠다. 먼저 학교와 도서관 측에 좀 미안하다.

 

 

도서관에 뜬 공지사항은 이러한데,

 

 

[도서관 좌석을 공평하고 투명하게 이용하는 근간이 되기 위해서 출입 연계 좌석 배정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좌석 독점을 위한 일부 학우들의 편법으로 좌석 이용 기회 부족에 의한 민원이 제기 되었고, 도서관 측은 지속적은 계도 활동을 펼쳤으나 그렇게 되지 않아 강제적 재제 조치를 마련하였고 이렇게 공지한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내용도 없는 경고성 어투인데, 혹시 뭔지 몰라도 도 서관 문 앞에 있는, 그러니까 내가 잘 안 찍고 다녀서 ‘좌석 독점을 위한 일부 학우들의 편법이 되버린’ 그 것 같다. 구체적으로 첨단의 ‘출입 연계 좌석 배정 시스템’이란 뭘 말하는 걸까. 이 거창하고 세련된 이름은 아마 내가 입학할 때부터 차차 바꿔나가겠다고 한, 그러니까 새로 개원한 대구 가톨릭 대학교 부설 유치원에도 아이들 성장 발육을 위해서 쓰지 않을 열람실의 작은 나무 의자에, 번호 딱지 붙여놓고 1층에 있는 단말기로 빌리고, 반납하는 장치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출입 연계 좌석 배정 시스템’의 실질적인 효과는 여러 협상 카드로 활용될 때 진가를 발휘한다. 책을 늦게 반납하면 일정기간 정지 - 모든 좌석이 지정된 상태에서 실질적으로 도서관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조치 - 실내에서 담배 피워도 몇 달 정지, 이 ‘출입 연계 좌석 배정 시스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도 며칠 정지 시킨다.

 

  이 장치의 긍정적인 효과란 시험기간, 그러니까 어떤 일정 단기 기간내에 급속히 몰리는 학생들이 매번 자리 부족을 호소하고, 그 것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인 표시가 난다. 그밖에 유동 인력을 파악하기 수월하고 이를 데이터 베이스화 시킬 수 있는 행정의 편의를 도모할 것이다.
  그런데 이 장치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 의구하다. 개인적으로 매일 8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10시 30분에 퇴근하는, 그러니까 어떤 학교 직원분들보다도 조금 더 학교에 머무는 나로선 공지사항에 수록된 민원 재청에 대해서 잘 이해 되지 않는다. 평상시에 민원이 제기 될 만큼 좌석이 부족한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인데, 앞서 말한 제한을 위한 제한의 장치는 아니기를 바란다.

 

  사실 오랜만에 학교에 와서 도서관 입구에 뭐가 있는데, 학교 내규에 따라 운영되는 장치이니 선호를 차치하고 최대한 지키려 노력한다. 그런데 사실 그 자체가 불만이다.
   출입 시스템이라는 게, 학교 정문에 있는 게이트 같은 역할일까. 그러니까 과속 하는 차들을 한 번 거르거나, 입출입하는 차량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유동량을 파악을 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도서관에 뛰어 다니는 학생들에게 경고하는 장치이거나 후자의 행정 편의를 위한 장치 둘 중에 하나 일 것이다.
  물론 무분별한 외부인 출입을 막아서 도난 사건을 방지하자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도서관이란 애초에 사람을 가려 받는 그런 턱이 높은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부 발생하는 도난 사건을 명목으로 cctv 찍힌 모든 사람들을 예비 범죄자로 분류 하는 건 아닐까 심히 염려 된다. 사실 감시카메라를 믿고서 개인 물품을 무분별히 방치하는 행위는 누군가를 범죄자로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 비문화적이다. 개인이 잘 챙기는 게 우선 인데, 규칙과 감시 수단으로 스스로를 제한해야만 하는 걸까.

 

 

   이제부터 말 할 심각한 불만 사항이란 개인의 사적인 정보가 지나치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적어 넣는 주민 번호가 몇 번이고, 마치 직장에서 출퇴근 시간을 찍어 넣듯, 언제 도서관을 출입하고, 어느 층 어느 자리를 예약해서, 몇 시간 동안 있었으며, 이에 비추어 어떤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또 즐겨 보는 영화는 어떤 것이고, 심지어 약간의 노력만 한다면 컴퓨터에 기록된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고 어떤 작업을 하는 지도 세세히 알 수 있다. 마치 조지 오웰이 예언한 1985의 세상이 남 얘기 같지 않다. 컴퓨터실 15번 자리에 즐겨 앉는 내게 누군지 모르는 누군가 어깨에 덥썩 손을 올리고 ‘전군 요즘 중남미 문화 성적이 떨어지는데, 전 시간에는 왜 지각했나. 자영업 하는 아버지는 잘 계신가?’ 하고 묻지 않을까 뒤통수가 뜨끈해 진다. 좀 진지하게 말하자면 인권위에 재소하면 권고 판정이 내려질만한 아주 예민한 사항이다. 
   다시 말해 내 개인 정보가 어떤 기준으로 수집되고 있으며, 어느 기간 동안 보관되고, 어떤 경로로 사용되는지, 그리고 이런 정보 수집 자체가 개개인의 동의를 얻은 합법적 절차에 의한 것인지 의아하다. 그냥 남들도 다른 학교도 다 하니까 그러는 건 아니겠지.
  우리들의 인권은 있으나 마나한 것일까. 이 축적된 데이터 베이스를 통해 아무개는 주당 도서관을 몇 시간 이용하고, 아무개는 학교에 다니면서 도서관 한 번 출입하지 않았다는 정보로 노출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아는 척 하려는 건 아닌데 미셸 푸코가 쓴 ‘감시와 처벌’ 가운데 판옵티콘 - 원형감옥 - 이라는 개념이 있다. 일망 감시장치로 만들어진 원형감옥은, 중앙의 감시자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모든 죄수를 감시한다. 바로 자기 검열을 통해 죄수들 스스로를 감시하게 만드는데, 이 감시자와 죄수들의 관계는 감옥 밖 사회에서도 권력자와 시민들 사이에도 동일한 구조를 형성한다. 세밀히 규제되고 기록되는 과정을 통해 규율에 길들여지고 순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군대나 공장의 엄격한 규율에 군인과 노동자들이 예속화되는 현상과 같다. 산술 평균적으로 우리 젊음이들의 대게가 수년동안 복무하는 군조직이 무구한 역사 동안 왜 인내의 배양과 자기 단련 말고는 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을까. 왜 긍정적인 창조의 장소가 되지 못했을까. 그렇다면 감옥은 왜, 그 모양 그 꼴이고, 그렇다면 대학교 마저 왜?


 

   기껏 힘들여 만들어 놓은 장치, 떼 자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그런데 이런 얘기는 나 아니면 잘 안 할 것 같아서 길게 썼다. 도서관 관계자도 좋고, 학교 관계자도 좋고, 내 말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도 좋고, 헛소리 하지 말라는 사람도 좋고, 아무나 좋다. 편하게 댓글을 달아 주셔서 화끈하게, 심도있게 좀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댓글 작성
댓글 총 14개
유다솜 기숙사 인터넷 am1시가 넘으면 다음날 아침 입구에 실명과 방번호및 자리가 적히지요. 숙사및 기숙사식당에 입(출입)할 때에도 실명과 사진 다 뜨고요. 대가대는 참 많은걸 요구합니다. 정후문게이트 및 기숙사, 기숙사식당, 중앙도서관. 학생증을 두고오면 마치 이학교 학생이 아닌것처럼 되어버리지요. 2009/04/04
김문한 전인배씨 말씀은 문제가 될만한건 개선하자. 이기창씨 말씀은 이미 공공연하게 발생하는 문제이니 거론할필요가 없다 이말인가.. 그런데 솔직히.. 사회나가면 덮어야할일도 있고 넘겨야할 일도 있지만 자기 권리는 지켜야 한다는거죠. 2009/03/30
이기창 먼저, 의견에 대한 비판이 아닌 개인에 대한 비판한점 죄송합니다. 댓글로 의견과 사과 올리겠습니다. 2009/03/27
이범희 조회수가 꽤높다. 그러나 댓글참여자는 3명이다. 이 글을 읽고 나는 "피식"했다. 혹시 이글을 읽었던 다른 이들도... 2009/03/27
유형준 좌석 배정 시스템을 너무 학생에게 강요하는 듯한 이미지라서 저는 시험기간이 되면 도서관을 안가게 되더군요. 처음 도입한 작년에 제친구는 도서관에 아침일찍와서 밥먹는 시간 이외에 도서관에 계속 앉아 저녁 10시까지 공부하기를 몇일했더니. 좌석점유 주의자로 명단에 올랐더군요. 한두명도 아니고 제가 아는 사람만 3~4명은 된듯 했습니다. 도서관 측에서는 그 이름들을 공개 까지 했지요. 어떻게 보면 개인 명예 훼손아닙니까? 훼손까진 아니더라도 한 개인이 어디에 오랜 시간 있었다는 사실을 보는이 마다 알게된다는게 꺼림칙 했습니다.(수정) 2009/03/27
안금주 여기도 회손남 있네. 훼손입니다. 2009/03/27
유형준 무엇이든 자신의 현실 기준에서 마추려고 하는 모습들이 조금 웃기네요. 자기현실을 빗대지말고 다시한번 글쓴이의 요지를 짚어 보세요. 돈키호테씨. 도서관 자리걱정을 안하니 좌석지정재를 안쓰는겁니다. 밑에 전인배님이 댓글다셔서 더이상 뭐라 말안하겠습니다. 전에도 한번 공부나 한자 더하라는 식으로 쓴거 같던데 그딴소리나 안했음 싶네요. 2009/03/27
이기창 유형준님의 3번째 댓글에 대한 프라이버시는 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역시나 첫번째 댓글..으으 ㅋㅋㅋㅋ 돈키호테글에 답변함으로써,제가 산초꼴이 되었겠죠? 로시난테씨? 2009/03/27
이기창 자기자신에 관한 생활 정보가 다른곳에 사용되어지기를 생각 하여 두려워하기 전에, 도서관 자리 걱정 하실 분이라면 그냥 공부나 한 자 더 외우십시오. 도로에 지나가다가도, cctv에 자신이 얼글이 찍히는 시대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자신의 정보가 다른 곳에 사용될것을 우려하는 망상아닌 상상에 대한 돈 키호테 환상주의에 대한 글과 그럴 일보다, 당장 청년 최대 실업난, 현실이 중요하지 않냐는 산초에 대한 현실주의에 대한 글입니다. 2009/03/27
이기창 사실... 너무 우스워서 댓글은 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만, 유형준님이야말로 제 2개의 댓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난독증'인것 같군요.ㅋㅋㅋ 아.. 배아퍼.. 우리방 동생도 이해하는데.. // 뭐 잡설은 여기까지하고, 민원 이야기에 대해서는 학교측에서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나 적어 놓습니다. 공지에, 학교 바리케이트 설치에 관하여, 학생안전에 관해 쓴것만 읽어보아도 알수있을것입니다. 2009/03/27
유형준 물론 도입초기라서 그런 방법을 택하여 학생들의 부정적인 자리 독점을 막으려 했는 도서관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도서관측의 입장보다는 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2009/03/27
유형준 1 이분은 글을 다시한번 천천히 읽어보시길. 현대인의 병 난독증일지도. 전인배님이 하신 말씀은 충분히 동감가며. 저 또한 그 데이터베이스가 다른 목적으로 쓸려면 충분히 쓰일수 있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2009/03/27
이기창 뭐 이렇게 글을 씀으로써 제가 산초가 되는듯 하지만 말이죠... 2009/03/26
이기창 선배님이신것 같은데, 실제 도서관 공지는 전인배님이 말씀하신것 처럼 강압적이지 않습니다. 열심히 공부할 시기에 시간이 남아돌아 이렇게 댓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볼때 돈키호테의 1차 여행 시작인듯 하군요. 200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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