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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와 토론문화] 언론광고학부 최경진 교수 기고
배부일 : 보도언론 : 작성자 : 비서홍보팀 조회수 : 10146
[2007. 7. 4자 매일신문 수요시평]

 

 

인터넷 실명제와 토론문화

 

  개똥녀 마녀사냥 사건’ ‘모 처녀 연예인 출산설’ ‘자살 실연녀 남자친구 사회매장 협박’ ‘수십 킬로 감량녀 무차별 인신공격 끝 자살’…. 엄청난 센세이션과 더불어 인터넷 공간에서 폭발적으로 회자되었던 사이버 폭력, 명예훼손 그리고 프라이버시 침해의 주요 사례들이다.


  사이버 폭력의 괴로움으로 인한 자살사건이 심심치 않게 언론매체들을 통해 보도될 때마다 인터넷 공간상의 무절제한 댓글 행위를 둘러싸고 네티즌들은 물론 오프라인상에서도 뜨겁게 논란이 일어나곤 한다. 인터넷 공간상의 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 침해의 주범은 가차 없이 악성 댓글을 올린 익명의 네티즌들에게 돌아간다. 보편적 규범가치를 벗어나는 무절제한 인신공격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엄격하고 냉철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의 이 같은 병폐를 줄이려는 취지로 몇 년 전부터 논의를 거듭해온 것이 바로 인터넷 실명제다. 법으로 명문화해서라도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폐단을 근절하자는 것이 그 골자이지만 여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인터넷 폐단을 제도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통제하자는 주장과 인터넷 공간의 본질적 특성인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과의 대립이 바로 그것이다.

 

  한 공신력 있는 리서치 기관이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약 네 명 중 셋 꼴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포탈 네이버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오고 있다. 이에 정보통신부에서도 인터넷 실명제를 법제도화하려는 목적으로 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한 여론수렴을 거쳐 여러 가지 방안들을 내놓기도 했다.

 

  열린우리당과 정통부가 당정협의회를 통해 마련한 구체적 방안은 인터넷 실명제, 인터넷 게시판 실명확인제, 인터넷 게시판 실명표시제, 실명게시판 우대제 등 대략 네 개 정도이다. 순수 인터넷 실명제는 특정 사이트에 회원 가입할 때부터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까지 모두 실명으로 등록하는 것으로 게시자 확인을 철저하게 하는 방안이고, 인터넷 게시판 실명확인제는 별도의 로그인과 본인 확인 절차 등을 통해 실명이 확인된 회원만 글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인터넷 게시판 실명표시제는 인터넷에서 쓰는 아이디와 함께 게시자의 실명을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고, 실명게시판 우대제는 실명제를 도입한 포탈 등 인터넷 회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한나라당은 정부안보다 더욱 강력한 제재와 처벌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마련하는 이와 같은 규제안과는 달리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면 개인 신상 등 정보유출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이에 따른 인권침해문제는 물론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익명성은 사회적으로 억압받는 약자와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기 때문에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터넷 공간상의 성숙한 토론문화와 건전성이 적극 요청되고 있지만 강력한 제재수단으로써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오히려 헌법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비민주적 방책이라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보다 근본적인 대안은 제도적 강제성을 띠는 규제보다는 오히려 네티즌들의 자율에 기초한 윤리적 인식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와 더불어 건전한 인터넷 토론문화를 위한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인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특히 사이버 폭력의 가장 심각한 온상이 되는 포탈 회사들이 능동적으로 앞장서서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네티즌의 부적절한 행위만으로 사안의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포탈의 (의도적)관리 소홀이 인터넷 공간상의 문제들을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한다는 지적을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금년 말엔 대통령 선거도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혼탁한 정치 공방전이 인터넷 공간에서도 벌어질 것이 예측되는 만큼 네티즌과 포탈 그리고 정치권의 자율적·제도적 규제와 함께 보다 성숙해진 인터넷 토론문화를 기대해본다.

 

최경진(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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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신문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29092&yy=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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