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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는 악마의 키스] 사무처장 김명현 신부 기고
배부일 : 보도언론 : 작성자 : 비서홍보팀 조회수 : 9256
[2007. 7. 31자 매일신문 3040광장]

 

 

테러는 악마의 키스

 

 

2000년 새해가 밝아올 때 지구인들 모두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300여 개의 테러집단에 의해 희망의 그림이 산산이 찢어지고 있다.

 

  이들 집단은 자신들의 정치적·종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납치, 암살, 폭파 등의 끔찍한 폭력을 조직적·집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상대를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고 있다. 오늘날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테러형태는 폭탄공격과 항공기 납치인 하이재킹(hijacking) 그리고 인질납치(hostage seizures) 등이다.

 

  그리고 이들 집단들은 자신들과 관련된 사람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했으나 십수 년 전부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테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9·11테러와 런던의 연쇄폭발테러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폭탄과 항공기 납치란 방법을 이용하였다.

 

  이러한 테러는 한 순간에 수많은 사람들을 정신적 공황에 빠뜨린다. 2001년 9·11테러는 2천793명이 한 순간에 먼지로 사라지게 만들었고, 2005년 7월 7일 선량한 런던 시민들의 출근시간에 일어난 4차례의 연쇄폭발테러로 40여 명이 사망하고 1천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런 사건은 전세계의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고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심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폭파테러는 한 순간에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데 비해 인질납치는 피랍자의 생명을 끊임없이 위협함으로써 죽음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납치자들은 인질들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며, 여의치 않을 경우 인질 살해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피랍자는 자유가 억압당하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를 겪게 된다. 그러기에 인질에서 안전하게 풀려나도 피랍되었던 사람들은 심리적·정신적 공황에 빠지게 되고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인질극은 피랍자뿐 아니라 피랍자의 가족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과 공포를 안겨준다.

 

  이유 없는 무덤이 없듯이 이유와 목적을 지니지 않는 테러집단이 있을 수 없다. 테러집단이 아무리 고귀한 목적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를 위해 테러를 자행하는 것은 죄악이다. 그것은 인류의 적이다. 왜냐하면 테러는 인간에게 극악한 폭력을 가함으로써 인간다움을 드러내는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류 사회의 문명화 척도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 인정 척도와 비례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가장 첫 번째의 태도는 바로 인간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생명을 침해하지 않고 상대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 인간의 생명권과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 인간 존엄성을 인정하는 출발점이다.

 

  인간의 생명과 자유를 존귀하게 여기지 않고, 다른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헛된 망상일 뿐이다. 사실 인간의 생명과 자유보다 더 귀한 가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이 아무리 고귀해도, 정치적 신념이 아무리 이상적이라도, 종교적 신념이 아무리 강해도 인간의 생명과 자유를 해치는 것은 올바른 사랑, 올바른 정치, 올바른 종교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지난 19일 아프카니스탄에 봉사활동을 간 23명의 우리 동포를 탈레반이 납치하였고, 봉사단을 이끌던 배형규 목사를 무참히 살해하였다. 이 사건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탈레반이 정치집단이나 종교집단이 아니라 테러집단임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인질들의 생명의 존엄성이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총으로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자유를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탈레반은 인질들을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보고, 인질을 담보로 자신들의 욕망(수감자 석방)을 채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은 테러가 '악마의 키스'임을 기억하여야 한다. 테러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일시적으로 충족시킬지 모르겠지만, 폭력의 사용은 또 다른 폭력을 낳게 한다.

 

  그러기에 탈레반은 인질납치를 통해 자신들의 동료들을 석방시키는 달콤함을 누린다면 그 뒤에는 또 다른 폭력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음을 기억하고 악마의 키스에서 벗어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인질들이 도구가 아니라 존엄한 인간임을 인정하고 이들의 생명과 자유를 보장하는 방법을 찾는 길이다.

 

김명현(신부·대구가톨릭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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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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