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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 눈에 비친 우리 사회] 사무처장 김명현 신부 기고
배부일 : 보도언론 : 작성자 : 비서홍보팀 조회수 : 8359
[2007. 8. 28자 매일신문 3040 광장]

 

 

교포 눈에 비친 우리 사회

 

  얼마 전 유럽에서 한국을 알고 싶다며 대구를 찾아온 교포 젊은이를 만났다. 그녀는 7세 때 부모를 따라 이민을 갔으며,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우리나라 기업에 현지 직원으로 취직하여 과장이 되었다.

 

  근 6년간 한 직장에서 현지 직원들과 한국인 주재원들 사이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이 생각하고 알고 있던 것과는 한국인의 너무나 다른 삶의 태도에 의아심도 생기고, 또 조국의 문화와 전통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

  약 한 달간의 휴가를 한국에서 보내면서 유적지와 관광지를 돌아본 그녀는 우리나라의 문화가 너무나 독특하다면서 많은 질문을 해왔다. 그녀는 한국인 부모 아래서 한식을 먹으며, 현지의 한인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왔지만 그녀의 눈에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너무나 신기하기만 했다고 한다.

  그녀는 우리가 사용하는 기계들이 온갖 말을 한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각종 기계들이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달콤한 아침잠을 깨워주는 자명종, 수시로 여닫는 현관문에 달려있는 도어록, 부엌의 안주인인 밥솥, 집안의 일꾼인 세탁기, 현대인의 필수품인 휴대전화, 자동차에 부착된 GSP와 내비게이션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계들이 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 기계들은 모두 어린 아이나 여성의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다. 안 그래도 말 많은 우리 사회가 더욱 말 많은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닐까?

  또 거리엔 간판이 너무 많아 정신을 잃을 정도란다. 하기야 유럽 도시들은 간판의 크기와 색상을 제한하고 있으며, 우리처럼 화려하지도 않다. 도심을 걷다 보면 간판의 종류도 무척이나 많다. 그 모양에 따라 가로형, 세로형, 돌출형, 옥상형 간판, 애드벌룬, 지주 이용 간판, 현수막 등이 있고, 간판을 제작하는 자료도 목제, 아크릴, 금속제, 천 등 매우 다양하다. 이러다 보니 간판이 너무나 현란하여 정작 필요한 간판을 보고 상점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고속국도를 지나면서 그녀는 나에게 우리나라 교통법규가 유럽과 다르냐고 물었다. 그녀의 눈엔 오른쪽으로 추월하는 차량, 깜빡이 없이 끼어들기하는 차량, 1차로만 고집하는 자동차들, 4차로 고속도로에서 1차선으로 뛰어드는 화물차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나보다. “자동차가 대중화 된 것이 겨우 30여년 밖에 되지 않아서 아직 운전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서 일 것”이라고 변명할 수 밖에....

  문화재가 있는 곳을 방문한 그녀는 멋진 문화재가 있는데 정작 문화재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없으며, 야간에 문화재를 비추는 조명이 초라하다고 했다. 저녁 시간에 전주의 풍남문을 방문한 그녀는 풍남문이 주변의 가로등과 상점들의 불빛에 비쳐진 모습을 보면서 문화재가 버려져 있는 느낌이 난다고 했다.

  유럽에선 각 도시마다 두오모(주교좌 성당)를 비롯해 역사적인 문화재엔 야간 조명을 비추며 자신들의 문화재를 아끼고 자랑하는 데, 우린 정작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문화재를 어둠속에 묻어 두고 있으니 ...

  게다가 모든 것이 배달이 되는 문화 또한 신기하단다. 아파트 입구에 더덕더덕 붙어있는 전단지를 살펴보면 중국음식, 세탁, 운동화세탁, 커피, 통닭, 족발, 각종 간식, 생맥주 등 온갖 것을 전화만 하면 신속하게 배달해 준다고 쓰여 있다.

  게다가 인터넷과 택배의 발달로 각종 물건을 집에서 주문하고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농촌의 들녘이든 해수욕장이든 어디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이 배달되고 있다. 그럼 그렇지 우리가 누구인가? 배달(倍達)의 민족이 아닌가? 이제는 상술의 발달과 인터넷, 택배의 발달로 우리 민족이 배달(配達)의 민족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무튼 그녀의 눈엔 우리 문화가 신기하기 그지없었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어긋난 방향으로 나아가는 우리 문화에 대한 조용하지만 신랄한 지적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글로벌 시대에 우리의 삶에 대한 그녀의 질문과 이야기를 통해 우리 문화를 새롭게 생각해 보아야겠다.

김명현(신부·대구가톨릭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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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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