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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詩쓰는 대구가톨릭대 제이슨 교수
배부일 : 보도언론 : 작성자 : 비서홍보팀 조회수 : 6526

한국어시집 출판 준비 대구가톨릭대 제이슨 교수
  

'파란눈으로 본 한국' 삐뚤빼뚤 한글로 녹여내

 

 
  미국인 제이슨 로저스(Jason Rogers·28)씨는 한국어로 시를 쓴다. 대학생 시절 영어 소설을 쓴 적은 있었지만 시는 한국어로 쓰는 게 처음이다. 대략 400편쯤 썼고 이중 80편쯤을 묶어 5월에 대구 출판기획사인 만인사에서 시집으로 낼 예정이다. 선별과 편집작업은 거의 끝났다.


 '굳은 손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한다/ 정갈한 한복/ 전통의 진동/ 가야금 연주자는/ 젊은이들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연주한다' -가야금 연주자-

 

' 원고지의 정방형은 글자를 투옥하지만/ 작가는 글자를 석방시킨다' -원고지-

 

  제이슨씨는 자신의 시를 정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떤 주제에 천착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한국적인 것과 한국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의 만남 혹은 부딪힘에 대해 쓰는 듯 했다. 이방인의 눈으로 보는 한국이랄까.

 

  '아빠와 아들이 레스토랑에 있었다/ 아들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영문학을 전공했다/ 아빠와 아들은 오래 얘기하지 않았다/ 엄마가 돌아가셔서 그들은 만나야 했다/ (중략) 여기 치킨은 맛이 없어/ 아빠가 무심코 말했다/ 어/ 아들이 대답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글쎄… 먹고 싶어?/ 아니오' -상처-

 

  제이슨씨는 영어로 시를 쓴 다음 한국어로 옮기지 않는다. 불현듯 떠오른 단상을 기록할 때만 영어를 쓴다. 시작(詩作)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로 한다. 그래서 받침이 빠지거나 틀린 글자도 더러 있었다.

 

  미국인 제이슨씨가 한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미시시피 주립대 영어영문학과 시절이었다. 같은 과로 유학 온 한국 여학생 김수민씨를 만나면서 그는 한국어와 한국시의 매력에 빠졌다. 이후 그는 김수민씨에게 한국과 한국어를 배웠다. 김수민씨가 귀국할 때쯤 그는 한국행을 결심했다.

 

  한국생활 5년째다. 한국 소설과 시를 많이 읽었다. 50여명의 작가를 섭렵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시인은 이상이다. 그는 이상의 시에서 전율을 느낀다고 했다.

 

  출판 기획자 박진형씨(시인·만인사 대표)는 "미국인이 한국시를 쓴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러나 시를 접하고 놀랐다. 한국문학에 길들여지지 않은 한국 문학이랄까…. 그의 시는 첨단이다. 그의 시는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고 했다.

 

  제이슨씨는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5학기째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시인이 되기로 작정한 한국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는 것이다.

 

  제이슨씨는 하루 14시간 이상 시 공부를 한다. 다른 시인의 시를 읽고, 자신이 쓴 시를 고치거나 새로운 시를 쓴다. 그는 종일 끼적거리며, 종일 생각한다고 했다. 길을 걷다가 문득 영감이 떠오르면 화장지를 꺼내 쓴다고 했다.

 

  편집이 거의 완료된 그의 시집에는 꽤 잘 그린 카툰이 여러 장 들어 있었다. 모두 제이슨씨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신문 카툰 담당자였다. 제이슨씨는 우리말에 서툴렀지만 읽고 쓰는 속도는 빨랐다. 가끔 받침이 빠지기는 했지만 알아보는데 문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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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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