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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능력 따져 인재 받는 실험 ‘연착륙’
대구가톨릭대 ‘최저학력 기준제’도입 3년만에 절반의 성공
[대구가톨릭대의 중앙도서관 모습. 최저학력제와 북리뷰제도 도입 이후 학생들의 도서 대출이 크게 늘어났다.]
대구가톨릭대 3학년 양주희(21·여·영문)씨는 요즘 책을 읽느라 버스·지하철을 탈 때는 물론 주말 시간까지 투자한다. 읽는 책도 술술 넘길
수 있는 소설류가 아니다. 수업과 관련돼 담당 교수가 읽으라고 교재 이외에 지정한 책이다. 양씨는 이번 학기에 8과목을 수강 신청했다. 그래서
과목 당 1권씩 모두 8권을 읽어야 한다.
이 가운데 ‘영어수필’ 과목은 필독서로 ‘보라색’이라는 영어원서가 지정돼 부담이
만만찮다. 대학이 만든 북리뷰제도 때문이다. 이들 책은 읽은 뒤 독후감을 제출하거나 때로는 토론을 벌어야 한다. 결과는 성적에 반영돼 적당히
읽으면 좋은 학점을 받기가 어렵다.
양씨는 “1학년 때 도입된 이 제도 덕분에 지금까지 3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며 “처음엔 책
여러 권을 읽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습관이 돼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이들 필독서는 많은 학생이 읽을 수 있도록 3박4일만
대출된다. 북리뷰제도가 정착되면서 이 대학 중앙도서관의 도서 대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2004년 한해 도서 대출은
20만3147권에 그쳤다. 2005년엔 도서 대출이 22만987권, 2006년 23만9063권으로 증가했고 지난해는 24만7989권으로
집계됐다.
대구가톨릭대는 요즘 이 정도로 캠퍼스 분위기가 면학적이라고 말한다.
이 대학 황하진 대외협력처장은 “이 같은
변신은 전국 대학 최초로 도입한 최저학력기준제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2006년 입시서 첫 적용된 최저학력제 실험이 ‘연착륙 중’이라는
자평이다.
대구가톨릭대는 그때부터 정원을 못 채우더라도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이 안되면 입학시키지 않았다. 등록금에 절대 의존하는
사립대학으로는 좀체 내리기 어려운 결단이었다.
시행 첫해 신입생 등록률은 93.1%에 머물렀다. 등록금은 그만큼 줄었지만 대신
신입생의 학력 수준은 크게 높아졌다. 수능평균 등급은 첫해 정시모집을 통해 선발된 인문·자연 계열 신입생이 4.63을 기록했다. 이 등급은
2007년엔 4.52로 올랐고 올해는 4.45로 향상됐다. 걱정했던 신입생 등록률도 최저학력제 시행 이듬해 98.3%로 올랐고 올해는
98.4%까지 치솟았다.
◇수능 1∼2등급도 154명 입학=우수 학생들의 입학도 늘고 있다. 수능 4개 영역 평균 1∼2등급 이상의
입학 지원자는 2006년 866명에서 지난해 1305명, 올해는 1578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실제 등록한 신입생도 2006년 119명에서
지난해 142명, 올해는 154명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최저학력제에다 의약계열, 2006년 입시부터 도입된
해외복수학위장학생(60명) 등이 상승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해외복수학위장학생은 2년동안 기숙사에서 원어민과 생활한 뒤 3학년때 미국과
중국의 자매결연 대학으로 유학 가 2개국 복수학위를 받는 파격적인 방식이다. 이 제도 때문에 대구지역 고3들도 이제 대구가톨릭대 입시설명회만큼은
꼭 참석한다고 할 정도다.
대구가톨릭대 서경돈 총장은 “교육은 아무리 어려워도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며 “뼈를 깍는 고통을
참아 준 대학 구성원 덕분에 지방대학 혁신의 성공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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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