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인생' 에서 매출 150억원 '사장님' 으로

김현철 분도석유 대표 대구가톨릭대 특강

  대학생의 인성교육을 위해 마련된 특강에 '벼랑 끝 인생'에서 탈출해 매출 150억원의 사장님으로 변신한 기업인이 나왔다. 많은 학생들은 '의외의 주인공'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주인공은 김현철 분도석유 대표(49), 제목은 '절망에서 희망으로'였다.

  28일 대구가톨릭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김 대표는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부터 털어놓았다. 주먹으로 영웅이 되고 싶었던 사춘기 시절부터 '밑바닥 인생'으로 전락했던 과정들을 낱낱이 밝혔다. 방황하던 시절 우연히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엿보고 난 뒤 한 없이 울었다고 말할 땐 학생들도 숨을 죽였다.

  "역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는데 완전 거지였죠. 몸과 마음이 피폐한 그 얼굴을 보고는 '이건 내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가 인생이 바뀐 순간이었다. 그 뒤 우연히 친구의 사제서품식을 보게 됐고, 잘못 걸어온 자신의 삶을 참회하며 하느님에게 매달렸다고 했다. 어두웠던 지난날은 가슴에 다 묻고 새로 태어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소원은 결혼해서 착하고 평범하게 사는 것. 김 대표는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주유소 기름 배달로 새로운 인생을 열었고, 20년 뒤 주유소 4개를 운영하며 연 매출액이 150억 원이나 되는 사장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공한 인생은 아니라고 겸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하루 200∼300개의 '말통 기름 배달'을 고통스럽게 하며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나눔'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했다.

   김 대표가 남을 도우며 살게 된 것은 기름 배달을 할 때 무료급식소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우연히 기름을 내놓은 일에서 비롯됐다. 인생 처음으로 들어보는 '착하다' '고맙다'는 칭찬이 김 대표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었다.

   그 뒤 홀몸어르신, 소년소녀가장, 경로당, 복지관 등에 연간 수천∼만 ℓ의 난방유를 무료로 배달하기 시작했고, 2000년부터는 분도주요소에서 판매하는 기름 1ℓ에 1원을 적립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고 있다. 그는 1년 평균 기부액이 3천만원이 넘는다. 20년 가까이 이웃돕기를 실천해 그동안 여러 기관으로부터 '최다 기부상' '자원봉사 대상' 등 상도 많이 받았다.

   기부를 통해 그는 목표의식이 분명해졌다. 김 대표는 학생들에게 "목표가 생기니까 인생이 발전하더라"며 "처음부터 허황한 목표를 갖지 말고, 목표를 단계적으로 세워 차근차근 이루어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교양을 쌓아 간접경험을 많이 하라고 충고했다.

   올해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그는 만학도로서 인생의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는 "사회복지를 체계적으로 배워 돈으로 주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주는 것을 실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주유소 하나를 '움직이는 복지관'으로 만들어 주유소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복지사업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