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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문 연 대가대 다문화가정 지원센터장 김명현
신부
지난해 말 현재 결혼이민자 수는 12만명이 넘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도움을 주는 곳은 많지만 단편적이고 일회성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향후 한국
사회의 빈민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13일 문을 연 대구가톨릭대 다문화가정지원센터 김명현(50·신부) 센터장이 다문화가정에 대해 대학과 연계한 학문적 접근을 시도하는 이유다. 김 신부는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 13일 문을 열고 본격 활동에 나선 대구가톨릭대 다문화가정지원센터장 김명현 신부.
◆ 인종주의적인 한국 = 김 신부가 문화적 이질감에 대한 문제 의식을 느낀 건 오랜 유학생활과 해외 체류 경험
덕분이었다. 특히 14년 전 성탄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방문한 리비아 대수로 공사 현장은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당시 한국인과 조선족 근로자의
갈등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조선족 근로자는 공산주의 영향때문에 개인 물품에 대한 개념이 약해서 아무곳에나 물건을 두고 남의 물건도 쓰니까
한국 근로자들이 굉장히 싫어했어요. 결국 숙소가 따로 분리되더군요. 서로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거죠." 미국에서 목격한 한국인 이민자들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교민 사회는 미국 사회와 섞이지 못하고 '끼리끼리' 문화에 익숙했다. "'우리는 이런 데, 저들은 저렇다'는 식으로
비교하면서 동화되려 하지 않더라고요. 마찬가지로 결혼이주자나 외국인 근로자들도 자기들끼리 모이면 한국 문화의 흉을 봅니다. 결국 서로 이해가
안되고 정착에 장애물이 되는거죠."
결혼이주자의 정착을 막는 가장 큰 병폐는 그들을 향한 한국사회의 왜곡된 시선이다. "뿌리가 같은 조선족보다 미국인의 귀화를 선호하는게 우리 사회입니다. 특히 중국인의 귀화에 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요. 결혼이민자를 '타자화'하고, 인종적으로 배제합니다. 사이코패스에게도 하지 않는 취급을 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사회적으로 외면당하고 멸시당한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은 집단 슬럼화되고, 이들을 돕기위한 사회적 비용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국내 소외계층들은 아무리 어렵다해도 주위에 1,2명의 지지자는 있거든요. 그런데 결혼이주자는 가정 내에서도 외톨이인 경우가 많아요. 더구나 자기 스스로 도움 받을 길을 찾기가 어렵죠." 통합과 이해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 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 = 김 신부는 "기본적으로 다문화 가정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우리 사회가 이들을 제대로 정착시킨다면 충분히 창의력과 개척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머지않아 사회의 중추로서 국방과 납세의 의무를 다할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위해 사회적 포용력을 키워야한다"는 게 김 신부의 생각이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인문학의 발전을 갖고 올 것으로 내다봤다. "다문화가정은 학문적으로 특성화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들을 정착시키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문학, 역사, 사회학, 심리학, 가정학 등 인문학 전반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결국 인문학 전체가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갖게 되는 것이죠."
김 신부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자료는 쏟아지지만 이를 큰 틀에서 끌고갈 학문적 연구가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수많은 센터들이 있지만 아이를 돌봐주거나 전통음식 만들기 등 일회성 단편적 교육에 치중하는게 현실입니다. 체계적인 틀이 없는거죠."
대학을 통한 학문적·체계적 연구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맞춤형 접근이 가능하다. 김 신부는 다문화가정지원을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우선 다문화 백신 개발. 출신 국가 별로 맞춤형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결혼이주자뿐만 아니라 남편, 자녀, 시댁 식구까지 가족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건전한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생각이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강화하고 다문화교사, 다문화아동 지원교사 등 전문적인 '다문화가정 도우미' 양성하는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경상도에서는 부엌을 정지라고 하잖아요. 표준어를 배워선 의사소통이 안됩니다. 사투리를 가르쳐야죠. 가톨릭 성당과 연계해 지역 주민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도록 할 생각입니다." 다문화가정지원센터는 27일 오후 3시 대구가톨릭대 남산동캠퍼스 신학대학대강당에서 학술세미나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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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신문